모두 아시는바와 같이 현재 조선업이 처한 위기는 유가하락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이 조선업에 현금을 펑펑 뿌려가며 지원하고 모든 신조선박 발주를 중국업체에게만 전담시킨 이후 한국 조선업은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하게 됩니다. 경쟁 심화로 컨테이나, 벌크선 만드는게 전혀 수지가 안맞는 장사가 되버린거죠.

<Feed-back : 중국의 조선업 굴기(?) 가 업황에 영황을 미치게된것은 실질적으로 2010년경이 맞습니다. 모공에서 어떤분이 답글 주신것처럼 2000년대 중반에는 아직 국내 조선소에도 탱커나 컨테이너 일감이 많이 쌓여있었던 시절입니다.

 

혹자는 크루즈 의료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했어야 했다고 말씀하시지만 그런 선박들은 기본적으로 수요가 한정되어있어 한국 조선업 규모에는 적합하지 않은 선종입니다. 그쪽에 한번 진출해보려고 아커야즈를 사들인 STX조선의 끝이 좋지 않기도 했구요. 결국 한국 조선업은 고유가로 엄청난 수요가 있었고 기술 개발로 고부가가치 실현이 가능한 석유/가스쪽 특수선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주력 제품이 탱커에서 LNG 탱커로, 드릴십, FPSO까지 나아갑니다. 물론 고정 플랫폼인 잭업이나 반잠수식 리그선 등도 활발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제품 포트폴리오가 큰 성공을 거두었고 한국 조선은 부동의 1위를 차지합니다.

 

많은 분들이 저런것들 다 중국도 할수있다고 하시는경우가 많은데 사실 LNG부터는 해본놈들만 하지 새로 해보겠다고 중국에서 아무리 나서도 실제 하기가 껄끄러워집니다. 예를들면 LNG 탱커가 있습니다. LNG탱커는 단순히 배 안에 저온탱커를 만드는게 아니라 선체로 내용물을 지탱하는 설계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노하우는 시행착오 겪어가며 한다고 할수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드릴십은 어떻습니까? 드릴십은 말그대로 지구에다 빨대를 꽂는 배입니다. 근데 바다는 기본적으로 파도가 치고 물이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에 선박을 정확한 장소에 고정하는 기술이 필수입니다. 안그러면 빨대가 부러지겠죠. 빨대가 부러지면 어떻게 됩니까? 멕시코만 석유누출사태같은게 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무리 큰 회사라도 한방에 훅 가는겁니다.

 

 

한국 업체들은 이런 시장에 뛰어들어서 성공을 일궈냈습니다. 이 성공은 누누히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입니다.

 

먼저 말씀드린 LNG 탱커의 경우 GTT라는 프랑스 회사가 탱커 설계와 내장재를 공급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드릴십을 같은 위치에 고정하는 기술은 아지무스 트러스터라는 장비를 통해 이뤄지는데 이는 롤스로이스가 핵심적으로 공급하는 부품입니다. 또 드릴십의 빨대에 해당하는 드릴링 패키지도 한국에서는 공급이 불가합니다.

 

한국 조선업은 고유가로 막대한 돈을 벌여들였습니다만 실제 고부가가치를 내는 부분의 경쟁력 강화를 등한시했습니다. 자체 개발을 못하는것은 이해할수 있는 일이지만 명백하게 진행 가능했던 M&A도 제대로 성사시킨게 드뭅니다. 이런것이 모두 모이고 쌓여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들 회사는 저부가가치 부분의 설비투자에 힘을 썼는데 조선 3사가 모두 중국 산둥반도 등에 블록공장을 낸것 등이 있습니다. 사실 그때는 매우 합리적인 투자였을것입니다. 야드에 빈공간이 없어 난리였던 시기니까요. 플로팅 도크, 육상건조 등의 양산기법들이 모두 이때 실현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양산기술들은 잘될때나 유용한 것들이었고, 업황이 좋지 않을때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대비는 제대로 해놓은 회사가 없었습니다.

 

모든 문제는 유가가 거꾸러지면서 발생합니다. 유가가 하락하자 선주사들은 완성된 선박의 인도를 어떻게든 늦춰 무조건 금융부담을 지연시키고자 하는 전략을 쓰게 됩니다. 한국 조선업체들이 최초 견적을 내린 가격은 하루바삐 선박을 인도받아 어서어서 쓰고자 하는 회사들에게 제시한 견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주사들의 상황이 바뀌면서 각종 검수등이 엄청나게 엄격해지고 납기가 계속해서 늘어지기 시작합니다. 심지어는 인도지연이자를 물게되는 프로젝트까지 발생합니다.

 

내부적인 문제도 발생합니다. 초기에 특수선의 생산이 도크 전체에 차지하던 비중이 크지 않았던 시점에는 일반선(컨테이너, 벌크선 등)투입되던 중 최고의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여 개발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런데 야드가 특수선으로 가득차버리자 기존에 겪지 못한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져 원가를 크게 높여버렸고 발주처의 검수가 엄격해지는데도 제대로 경영진이 대응을 못하고 끌려다니게 되자 현장과 경영진의 갈등이 매우 커졌다고 합니다.

 

"조선과 플랜트 둘의 공통점은 진행기준 회계를 적용하는 점입니다. 이러한 진행기준 회계는 공사 진행만큼 먼저 매출인식이 가능하나 수많은 가정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있습니다.

진행기준 매출인식은 간단하게 볼때 도급액 * (실적원가 / 예정원가) 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예정원가가 도급액을 초과할경우 즉시 초과액 전액을 손실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으며 현재 조선업체들이 인식하는 손실이 이러한 예정원가 변경으로 인식하게 되는 손실충당금입니다. "

 

현대중공업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큰 지체없이 손실을 파악하고 인식한것 같습니다. 유가추이 등을 볼때 그 이전에 손실을 공식화하는것은 조금 섵부른 조치였을듯 합니다. 삼성중공업은 한박자 늦게 2014년 4월에 회계에 반영하고 부실을 모두 털었다 내세웠지만 나이지리아 에지나 프로젝트떄문에 손실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우중공업은 자기들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버티다가 2015년에 손실을 몰아서 인식하는데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분입니다.

 

대우가 손실을 알았는데 감췄던, 손실을 아예 파악을 못했던 어느쪽이든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 동종업계 경쟁사들이 손실을 인정하고 장부에 반영했던 타이밍에는 자신들은 잘하고 있다고 주장해놓고 막판에 몰아서 손실을 인식하는부분이 문제가 되는 부분입니다. 제가 위에 쓴 글에서는 회계법인이 조작에 직접 가담했을 확률은 낮다고 말씀드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안진이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을 모두 피하기는 어려울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업계가 향후 어떻게 될지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현재 조선업이 처한 상황이 지배구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선업의 고용유발효과와 외화유입효과는 엄청난 수준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쉽게 볼수 없는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3대 조선사들은 본업에 집중하지 않는 주주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몽준씨는 정치인이자 축구인이며 이재용씨는 전자업을 훨씬 중요시하는 분입니다. 대우조선을 들고 있는 산은은 더 말할 필요도 없구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잘나가던 시절에 이들 3개법인이 조선업에 집중하는 오너의 손에 있었더라면 그때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더 잘 쓸수 있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그 좋은 시기를 무난한 의사결정으로 일관하며 놓쳐버렸습니다.

 

현재 집권당 집권후에 산은 산하의 기업들이 망가지는 속도가 유달리 빠른데 이 점도 정치권에서 누군가가 짚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는 조선업 구조조정에는 찬성하는 편이지만 현재의 유가수준으로는 3대 조선사가 투자해놓은 설비는 과잉투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감원 및 구조조정이 불가피할텐데 이들 인력에 대한 대책이 어떤게 있을지 생각해보면 우울해집니다. 언젠가는 유가가 오르겠지 하는 마음으로 도박을 벌이지만 말았으면 하는 마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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